허정찬 기자
“국가대표 품위 저버린 정치적 망언… 장채환 사태가 던지는 경고”
양궁 남자 국가대표 장채환(33·사상구청)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통령 선거 부정, 지역 비하, 극우 성향 문구 등을 반복적으로 게시해 논란이 거세다. 국가대표라는 무게 있는 자리에서 최소한의 품위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갈무리)
논란이 불거지자 장채환은 “본래 중도좌파 성향이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를 계기로 보수적 입장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악의는 없었다”, “저는 1군 국가대표가 아닌 2군이라 공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발 물러선 듯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국가대표라는 신분 자체가 이미 공적 지위임에도, “나는 공인이 아니다”라는 식의 자기합리화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운영 규정에는 ‘국가대표 선수는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되도록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거 조작 음모론, ‘멸공’ ‘CCP OUT’ 등 극우적 구호를 공공연히 퍼뜨린 장채환의 행위는 이 조항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특히 그는 “전라도=부정선거”라는 식의 지역 비하성 표현까지 덧붙였다.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선거 제도와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언동은 단순한 ‘개인 의견 표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국가대표의 사회적 책무를 배신한 행위다.
논란이 커지자 장채환은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 뒤 올린 입장문에서는 “대한양궁협회와 소속팀에 피해를 줘 죄송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악의 없는 표현’으로 축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책임감 없는 태도가 국가대표 이름을 무색하게 한다”,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대한양궁협회는 현재 “사안을 확인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명백한 규정 위반이 드러난 상황에서 협회의 소극적 태도는 또 다른 비판을 낳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지위는 단순히 경기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범과 책임을 전제로 한다.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경우, 체육계 전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장채환은 최종 평가전에서 4위 안에 들지 못해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 무대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달았던 순간부터 그는 이미 국민 앞에 서 있는 공적 인물이다.
정치적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사실 확인조차 없는 음모론과 지역 비하, 극단적 구호를 공표한 국가대표가 있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정치 성향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다. 이번 사태는 체육계가 다시 한번 ‘국가대표의 품위’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할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