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주도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전 헌법재판관)이 여당의 대법관 증원과 사법개혁 입법 추진에 대해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대화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사법개혁, 헌법재판소 개편, 사회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 “대법관 증원 결단보다 상고제도 개혁 논의가 먼저”
문 전 권한대행은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자는 여당의 추진안에 대해 “자꾸 결단을 이야기하지 말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린다면 전원합의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30명이 모두 모여 전원합의체를 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대안은 무엇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구조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제안했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상고심사제와 대법관 4명 증원을 언급했다. 지금 대법원도 상고제도에 대한 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이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국회의 증원 추진만 비판하는 것은 “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헌재 재판관 구성, 다양화해야… 대법원장 지명권 폐지 필요”
문 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도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만 헌법재판소를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다양한 검토가 어렵다”며 “헌법연구관, 헌법 전공 교수, 지역 법관 등이 골고루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권한은 폐지해야 한다”며 “이런 입법례는 다른 나라에 없다. 헌재와 대법원은 수평적 관계인데, 대법원장이 헌재 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 첫 확정 문장은 ‘시민 저항’ 부분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문 전 권한대행은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결정문에서 처음 확정된 문장은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는 부분”이라며 “이 표현에 대해 재판관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윤 전 대통령 측은 애초부터 비상계엄을 오래 끌 생각이 없었다며 파면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이 없었다면 비상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논리를 배척했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 결정문은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담긴 결과다. 주심 재판관이 대부분 작성했지만, 문구 하나하나를 재판관들이 토론하고 확정했다”고 했다.
■ “사법개혁, 사회통합은 관용과 자제로… 국회부터 모범 보여야”
문 전 권한대행은 사법 불신 해소와 사회통합의 방안으로 **‘관용과 자제’**를 강조했다. 그는 “사회 통합은 민생 회복에서 시작된다. 국민의 의식주 문제,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통합의 길”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회가 관용과 자제를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 당시 의대 증원 실패 사례를 거론하며 “속도전으로 2000명을 증원하려다 실패했다. 관용과 자제를 통해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의했다면 지금쯤 500명 이상 증원됐을 것”이라며, 성급한 개혁보다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헌재·대법원 개혁, 시대정신 존중해야”
문 전 권한대행은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길은 “시대정신을 존중하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주권자의 뜻과 어긋나는 판결은 신뢰받기 어렵다”며,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사법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