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김유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낸 독립당사자 참가 신청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절차상 하자와 법적 자격 부족이 주요 이유였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1민사부(재판장 정인섭)는 5월 26일 “채권자인 대한민국 정부와 독립당사자참가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신청은 모두 부적법해 각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가처분 신청은 적법한 소송 대리권이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소송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을 당사자로 하는 민사소송은 법무부 장관이 대표하고, 변호사 선임 역시 법무부 장관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방통위는 ‘방송통신위원회 대표자 위원장 이진숙’ 명의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무부의 위임을 받았다는 증빙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
방통위 측은 재판 과정에서 보완을 약속했지만, 끝내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진숙 위원장이 별도로 제기한 독립당사자참가 신청 역시 법원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법상 독립당사자참가는 소송 결과가 제3자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줄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데, 법원은 이 위원장이 그러한 지위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설령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해도, 김유열 사장의 직무수행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앞서 서울행정법원에서 신동호 EBS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져 직무에 복귀했으며, EBS법 제10조 3항에 따라 후임 사장이 정식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재판부는 “김유열 사장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과 EBS 정관에 따른 것일 뿐, 방통위원장의 임명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원장의 권한이 곧 국가의 권리라고 볼 법적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26일 신동호 신임 사장을 임명한 이후 이어진 법적 다툼의 연장선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7일 김유열 전임 사장의 임명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고, 이에 방통위는 이를 불복해 항고하는 한편, 민사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을 추가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김유열 사장은 “이미 서울고등법원에서 항고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민사 법원에 또 다른 가처분을 제기한 것은 사실상 법적 판단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며 “정상화된 EBS 경영을 흔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