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 원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고법 형사2-1부(재판장 백승엽)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국정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대선에서 정당 추천 후보자로서 올바른 판단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허위사실을 공표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권을 침해했고, 선거 제도의 공정성과 절차적 적법성을 훼손했다”며 “그럼에도 수사 단계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두 가지 공소사실 모두 1심에 이어 유죄로 인정됐다.
우선 2022년 1월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 당시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의 관계를 부인한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전 씨를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13년부터 전 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전 씨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국면에서 무속인 관련 의혹을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지지율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에, 발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발언한 혐의 역시 유죄로 판시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검경 갈등 국면이었던 2012년 기자 인터뷰 당시 거짓말을 한 것일 뿐 대선 전 해명이 사실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2012년 인터뷰 발언 내용의 구체성 등을 볼 때 당시 인터뷰가 사실이고 대선 국면의 해명이 거짓”이라며 배척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소개 여부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정성을 검증하는 데 중요한 정보였음에도 허위사실을 공표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측이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원 판례(후보자 토론회의 표현의 자유 보장)를 인용해 무죄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해당 판례는 후보자 간 토론회에 적용된 것이며, 단독 초청되어 언론인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던 관훈클럽 토론회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은 무효가 되며, 정당이 선관위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도 반환 대상이 된다. 형이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대선 보전 비용 397억 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