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홍보 영상에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상징물이 노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6·3 지방선거 관리 부실로 도마 위에 오른 선관위가 선거 관련 콘텐츠 검수마저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선관위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수습에 나섰다.

(사진=KBS영상 갈무리)
4일 언론 보도와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중앙선관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개표 참관인 안내 홍보 영상’에서 호남 지역 비하 의미로 사용되는 홍어 모양의 그래픽이 등장했다.
문제의 장면은 영상 속 캐릭터들이 한숨을 내쉬는 대목으로, 코와 입 부분에서 홍어 형태의 이미지가 말풍선처럼 노출됐다. 해당 영상은 선관위 공식 채널뿐만 아니라 KBS 지상파 개표방송 화면에도 그대로 송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 영상은 선관위가 KBS의 자회사인 ‘KBS N’에 외주를 줘 협업 제작한 콘텐츠로 파악됐다. 제작사 측의 인공지능(AI) 프롬프트(명령어) 입력 내역에 따르면, 당시 제작진은 영상 생성 프로그램에 “입으로는 반투명한 가오리 모양의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구체적인 지시문을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주 제작사 측은 이에 대해 “출력이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자 KBS는 공식 답변을 통해 “AI 프롬프트 내역을 검토한 결과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당일 <뉴스9>를 통해 “개표방송 중에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동영상 그래픽이 방송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KBS 자회사인 KBS N에서 제작한 것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제작 관련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관계자 역시 고의성을 부인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역 비하 등 특정 의도를 가지고 해당 이미지를 넣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검수 당시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흔히 쓰이는 단순 말풍선 이미지인 줄 알고 넘어갔다”고 해명했다.
다만 “KBS에서 제작하다 보니 당연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 측면이 있다”며 최종 검수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점은 인정했다.
선관위 측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영상을 공식 채널에서 즉각 비공개 처리하고 제작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장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혐오 표현 검수 체계가 부실하다”, “가오리 형태라 하더라도 부적절했다”는 등의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