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역사 비하 및 폄훼 의도가 의심되는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해임하고 정용진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전방위 수습에 나섰다.

19일 유통업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26일까지 텀블러 등을 판매하는 ‘단테·탱크·나수데이’ 기획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 당일이었던 지난 18일, 공식 홈페이지와 앱에 ‘5/18’ 날짜와 함께 ‘탱크데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와 함께 제품 홍보 카피로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라는 단어를 매칭한 것은 당시 광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계엄군 장갑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또한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 역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발표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언을 비하 목적으로 패러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해당 텀블러 제품의 용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와 일치하는 ‘503㎖’라는 점, 한 달 전인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일에도 ‘미니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극으로 치달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스타벅스 머그잔을 망치로 부수거나 유료 멤버십인 ‘버디패스’를 탈퇴하는 인증 게시물이 잇따랐다. 평소 정치적 이슈가 다뤄지지 않던 스타벅스 충성 고객 중심의 온라인 카페에서도 “이번만큼은 쉴드(방어)를 칠 수 없다”, “내부 승인 과정이 소름 돋는다”며 등을 돌렸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져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체와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며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스타벅스 측은 뒤늦게 문구를 수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부실한 내용으로 도리어 ‘진정성이 없다’는 추가 공분을 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인적 쇄신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단행했다. 정 회장은 19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전격 해임을 통보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숭고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크게 격노했다”며 “그룹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정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과거 ‘멸공’ 발언 등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정 회장은 이번 사태만큼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던 어제,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려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온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대한민국 공동체의 역사적 아픔에 대한 그룹 전체의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재발 방지를 위해 △사태 발생 경위 및 승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 결과 투명 공개 △전 계열사 마케팅 콘텐츠 검수·심의 절차 재정비 △정 회장 본인을 포함한 전 임직원 대상 역사·윤리 교육 전면 실시 등 구조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