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중재로 진행된 임금협상 사후조정에서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가 오는 21일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훼손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합동취재반)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약 17시간에 걸친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11일에 이은 두 차례의 사후조정 시도가 모두 무산된 것이다.
성과급 ‘투명화·상한 폐지’가 걸림돌… 노사 입장차 팽팽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개선이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와 제도화, 그리고 현재 연봉의 최대 50%로 설정된 성과급 상한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12시간 넘게 기다려 받은 조정안이 오히려 기존보다 퇴보했다"며 "회사가 성과급 상한 폐지 등 핵심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 제도를 고수해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반면 사측은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조가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요구만 고수하고 있다"며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에게 큰 걱정을 끼쳐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21일 총파업 가시화… 피해액 40조원 달할 수도
노조는 오는 21일 총파업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조 측은 현재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 1천 명에 달하며, 협상 결렬 여파로 실제 참여 인원은 5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실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만 4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글로벌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신뢰도 하락 등 치명적인 중장기적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하나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도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SNS를 통해 "삼성전자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며,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즉시 금지된다.
다만 중노위 관계자는 "현재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노위는 공식적인 조정 절차는 종료됐으나, 노사 양측이 합의해 요청할 경우 언제든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