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이란-미국 전쟁 여파로 ‘중동의 혈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우리 선박이 위험을 무릅쓰고 우회로인 홍해를 통해 원유 수송에 성공했다. 이는 에너지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이뤄낸 첫 실질적 성과로 평가된다.

해양수산부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적재한 우리 유조선이 홍해 항로를 안전하게 빠져나왔다고 발표했다.
그간 한국은 중동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 전쟁 발발로 통행이 차단되면서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이에 정부는 이란 지원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활동 거점으로 피격 위험이 높은 ‘홍해’를 우회 항로로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홍해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이후 79건의 선박 피격 사건이 발생할 만큼 위험한 해역이다. 해수부 역시 최근까지 운항 자제를 권고해왔으나, 심각해지는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철저한 안전 대책을 전제로 이번 운송을 승인했다.
이번 작전 성공의 이면에는 정부 부처 간의 긴밀한 ‘원팀’ 공조가 있었다. 해수부는 해당 선박이 홍해를 통과하는 내내 △24시간 실시간 위치 모니터링 △최신 항해 안전 정보 제공 △선박-선사-해수부 간 실시간 소통 채널 운영을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특히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위협 가능성을 점검하며 “최대한 안전하게 수입 루트를 확보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외교부와 해수부, 그리고 청해부대까지 투입되어 선박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옛 트위터)를 통해 기쁜 소식을 직접 전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처음으로 홍해를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운송했다는 소식은 관련 부처들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이뤄낸 값진 성과”라며 밤낮없이 애쓴 선원들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정부는 중동전쟁이 불러온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빈틈없는 준비로 국민의 삶과 국익을 지켜내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이번에 홍해를 통과한 선박의 이름과 입항 시기, 구체적인 입항지 등은 보안상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향후 이어질 원유 수송 선박들의 안전 관리와 원활한 홍해 통항을 고려한 조치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관계기관 및 업계와 협력해 중동발 원유 수송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