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부동산 투기와 자녀 입시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라는 전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통합과 탕평을 기치로 내걸었던 보수 진영 인사의 발탁은 결국 국민 정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28일 만에 막을 내렸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와 그 이후의 국민적 평가를 유심히 살펴본 끝에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기다리지 않고 이뤄진 '속전속결' 조치다. 당초 청와대는 국회의 결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 22~23일 열린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자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 철회의 핵심 배경에는 장남의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후보자는 결혼한 장남을 부양가족으로 올려 초고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에 대해 "아들 부부의 혼인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이는 오히려 '가정사를 방패 삼는다'는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또한 해당 사안이 경찰 수사 대상이라는 점도 임명 강행의 걸림돌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 취임 후에도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보좌진 갑질, 영종도 땅 투기, 장남의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 등이 겹치며 공정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첫 수장 취임이 무산되면서 출범 한 달을 맞은 기획예산처는 조직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예산편성지침 마련과 재정전략회의 등 핵심 국정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최소 한 달 이상의 수장 공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임기근 기획처 차관은 26일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조직 다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번 낙마로 이재명 정부의 '통합 인사' 기조도 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야권 출신 인사에 대한 검증 리스크가 확인된 만큼, 향후 인선은 내부 검증이 용이한 인사 위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홍 수석은 "대통합을 위한 숙고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으나, 정치권에서는 "보수 진영 인사를 다시 영입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