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물류 현장에서는 물동량 급감으로 인해 자발적 무급휴가(VTO)가 속출하고 있으며, 정부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만지기 시작했다.

20일 유통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최근 주요 물류센터 계약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VTO(자발적 무급휴가) 실시 문자를 잇달아 발송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말은 크리스마스와 각종 할인 행사로 인해 물류량이 폭증하는 '극성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라광주 ▲대구 ▲고양 ▲이천 ▲인천 ▲용인 등 전국 9개 주요 센터에서 VTO가 실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성용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최근 인천물류센터의 물류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물량 감소로 인해 일용직 채용은 축소되고 계약직에게는 무급휴가를 권장하는 등 현장의 혼란이 극심하다"고 전했다.
물류 현장의 한파는 사무직으로도 번지고 있다. 특히 연말 인사고과 시즌과 겹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쿠팡 그룹 노동조합 '쿠니언' 관계자는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인사고과에서 매년 하위 10%(D등급)는 퇴사 압박을 받는데, 올해는 회사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비율이 늘어나거나 대규모 해고가 발생할까 봐 노조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도 한층 강경해졌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공식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합동 조사반의 조사를 통해 소비자 정보 도용 및 재산 피해 여부를 명확히 파악할 것"이라며 "쿠팡이 적절한 회복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용자 불편이 극심할 경우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갈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최근 중국인 퇴사자에 의해 약 3,370만 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후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2차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나, 경영진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국회 청문회에는 실질적 결정권자인 김범석 창업주가 불출석하고, 한국어에 서투른 해럴드 로저스 대표가 참석해 '책임 회피성 행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산업계 관계자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이커머스 기업에서 보안 사고와 책임 경영 부재는 치명적"이라며 "이번 사태가 쿠팡의 성장세에 급제동을 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