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및 관계자 26명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항소하지 않은 의원들의 판결은 1심 그대로 확정되고, 현역 의원 6명은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일부 피고인들이 직접 항소해 사건은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대검찰청은 27일 오후, 항소 시한을 약 7시간 남겨둔 시점에 “서울남부지검과 대검의 심도 있는 검토 끝에 피고인 전원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범행 자체는 폭력 등 불법적 수단으로 입법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에 있지 않고, 6년에 가까운 장기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피고인에게 구형 대비 형량이 낮아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유죄 판단이 난 점을 고려했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결정 발표 전 법무부에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나경원 의원(벌금 총 2,400만원), 송언석 원내대표(1,150만원) 등을 포함한 피고인 전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국회법 위반 항목에서 의원직 상실 기준인 벌금 500만원을 넘은 경우가 없어 모두 의원직을 유지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이 판결은 항소하지 않은 피고인들에 한해 확정된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항소심에서 형량이 더 무겁게 선고될 가능성도 없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것과 별개로 나경원·윤한홍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이장우 대전시장, 김성태·곽상도·김선동·박성중 전 의원 등 8명은 직접 항소장을 제출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의 다수결 폭주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다시 판단받겠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당시 행동이 “정당한 정치적 저항”이었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본격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스스로 정치검찰임을 자백한 것”이라며 “대검 예규대로면 항소 요건에 해당하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검 예규에는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경우 항소 요건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실제로 검찰은 나 의원에게 징역 2년, 송 원내대표에게 징역 10개월 등 대부분 현역 의원에게 징역형을 구형했었다.
반면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이후 정치적 균형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 사건이면 대법원에서 기준을 남길 필요가 있어 항소하는 게 보통”이라며 “두 사건을 병치했을 때 형평 문제 의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항소한 피고인들의 2심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패스트트랙 사건은 당분간 정치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 다수가 법정에 서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국의 불확실성도 일정 부분 지속될 전망이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또다시 ‘선택적 법집행’ 공방이 재점화된 가운데, 검찰의 이번 판단이 향후 정치·사법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