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가수 박재범이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 행사에서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노래 ‘몸매(MOMMAE)’를 부른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주최 측인 패션 매거진 W Korea는 논란이 확산되자 영상을 급히 삭제했고, 박재범은 “좋은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유방암 캠페인서 ‘몸매’ 열창… 영상 20분 만에 삭제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Love Your W 2025’는 W Korea가 주최한 제20회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다. 이날 박재범은 축하 무대에 올라 2015년 발매곡 ‘몸매’를 열창했다.
이 곡은 남성이 여성의 몸매를 감탄하며 묘사하는 내용으로, 가사 중에는“니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 쌍둥이”와 같은 구절이 포함돼 있다.
행사 영상은 16일 오전 W Korea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됐으나, 게시 20분 만에 삭제됐다. 유방암 인식 개선을 취지로 한 캠페인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인 곡을 부른 것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 “술 마시고 춤추는 파티… 유방암 캠페인 맞나” 비판 쇄도
누리꾼들은 해당 공연뿐 아니라 행사 자체의 성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의료 종사자는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술과 파티로 가득한 행사에서 유방암 인식 개선의 ‘유’ 자라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술이 유방암에 가장 해로운데, 샴페인을 터뜨리며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행사가 취지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운 ‘명품 파티’일 뿐”이라며 “20년간 누적 기부금이 11억 원이라는 점에서 실질적 기부 효과도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명인들의 참여 자체가 인식 확산에 도움이 된다”, “자선행사는 기금 조성이 핵심”이라는 옹호 의견도 있었다.
■ 박재범 “좋은 취지라 생각해 무페이로 공연… 불편했다면 죄송”
논란이 커지자 박재범은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식 유방암 캠페인 이벤트가 끝난 뒤 열린 파티 공연으로 알고, 바쁜 일정에도 좋은 취지라 생각해 참여했다”며 “암환자분들 중 제 무대를 보고 불쾌하셨다면 죄송하다.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또 “부상 중이었지만 무페이로 열심히 공연했다. 그 마음을 악용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박재범의 소속사 측은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 ‘몸매’ 선정성 논란, 기획 단계부터 문제?
이번 논란은 가수의 선곡뿐 아니라 주최 측의 사전 기획 부실로까지 번지고 있다.
‘몸매’는 성인 인증이 필요한 19금 곡으로, 유방암 캠페인이라는 행사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의 대형 캠페인이라면 주최 측의 곡 검수 및 사전 협의 절차가 필수인데, 무대 기획 단계에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20년 된 행사, 취지 퇴색 비판
‘Love Your W’는 2006년 시작된 국내 대표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으로, 그동안 누적 11억 원가량을 기부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유명 연예인을 대거 초청한 화려한 파티 형식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행사에도 하정우, 이영애, 이민호, 임수정, 박은빈, 장원영, RM, 뷔, 화사, 카리나 등 수십 명의 셀럽이 참석했다.
한 누리꾼은 “이 행사는 유방암 환우가 아닌 셀럽의 명품 전시장이 됐다”며 “진정성 있는 기부 캠페인으로 거듭나려면 행사 형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