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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엔 대비책 요구, 정부는 손 놓아… 국정자원 화재가 드러낸 두 얼굴”
  • 기사등록 2025-09-28 13: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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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국가 전산망 ‘먹통’… 이중화 미비가 사태 키웠다

지난 26일 밤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647개가 중단되며 행정 서비스가 사실상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년 전부터 강조해온 전산망 이중화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이 피해 확산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전산망 대규모 중단

화재는 26일 오후 8시 20분,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시작됐다. 진화까지 22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정부24·국민비서·인터넷우체국·온나라시스템 등 주요 대국민 서비스가 멈춰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체 시스템 647개 가운데 직접 피해를 본 것은 96개지만, 나머지 시스템도 복구에 시간이 걸리며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 정부판 재연"

이번 사태는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졌던 상황의 정부판 재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시 정부는 민간기업 카카오에 이중화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작 정부 스스로는 행정 전산망의 재난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행정 시스템은 카카오톡보다 훨씬 중요한데, 정부가 지난 2년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달·특허·부동산 신고 등 행정 차질

이번 화재 여파로 정부 조달업무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는 접속이 중단되며, 145조원 규모의 연간 거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허청 전자 출원 시스템도 멈춰 중간서류 제출 기한이 연장됐으며, 일부 민원인은 직접 방문·우편 접수를 해야 했다.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역시 마비돼, 온라인 부동산 거래 신고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다. 국토부는 과태료 면제 방침을 밝혔다.


내구연한 지난 배터리, 화재 원인 의혹

소방당국은 전산실에서 전소된 리튬이온 배터리 384개를 수거해 냉각 조치를 마쳤다. 이 배터리들은 내구연한(10년)을 1년 초과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정밀 감식에 착수했다.


"국가 안보 취약성 드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IT 장애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보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백업은 있었지만 실시간 전환이 불가능해 복구가 지연됐다”며 “국가 핵심 인프라가 단일 장애점에 의존하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경고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명예교수도 “대전·광주·대구 분원에 삼중화 체계가 있었다면 서비스 중단은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뒤늦은 대응

행정안전부는 “센터 간 백업체계는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장비 여유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재해복구 시스템을 액티브-액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이번 사고에는 대비가 미흡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3년 전 “재난 시 3시간 내 복구”를 자신했던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산망의 안전성을 민간기업보다도 허술하게 관리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전산·시설 이중화뿐 아니라 배터리·냉각·소방 설비 등 기초적 안전관리부터 전면 재검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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