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백해룡 경정(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이 검찰 주도의 합동수사팀 출범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할 검찰이 수사의 주체가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합동수사팀 수사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며 "상설특검을 통한 독립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이 사건에서 진상을 밝혀야 할 대상이지 수사를 지휘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은 마약 사건을 은폐한 세력이고, 지휘부 전체가 개입돼 있다. 그런 검찰이 돌연 수사에 나서는 것은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과 함께 약 20여 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에 출범시켰다. 수사팀은 윤국권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지휘하고,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상위 수사기관으로 나선다.
하지만 백 경정은 이러한 구성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수 사건에서 세관 공무원 연루 진술이 확보됐음에도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서울남부지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반복적으로 반려하면서 수사 방해 정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재직 당시,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이 74kg의 필로폰을 인천공항을 통해 밀수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세관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조병노 경무관과 김찬수 영등포서장으로부터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지시를 받으며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외압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법률대리인 이창민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이 세관 피의자에 대한 영장을 반복 반려해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며 “대검이 셀프수사를 통해 조직 보호를 꾀하려는 정무적 판단이 뻔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설특검법은 이미 지난 3월 20일 국회를 통과했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합수팀보다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설특검이 진상 규명에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수사팀 출범에 대해 대검이나 경찰 지휘부로부터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며 “저를 형식적인 피해자 지위에 앉혀놓고 계속 불러들이는 방식으로 진을 빼려는 것 같다. 절대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다루는 ‘김건희 특검법’에도 수사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다. 백 경정은 당시 수사를 무마하려 했던 인물로 조병노 경무관을 지목하며, 김 여사가 이종호 씨 등을 통해 임성근, 조병노 등에 대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창민 변호사는 “김건희 특검은 범위가 광범위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상설특검은 상대적으로 집중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하다”며 “수사 무마와 외압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상설특검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