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구치소 수감 1년여 만에 도합 18억 8000만 원이 넘는 영치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치금 잔액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외부 계좌로 이체돼 사실상 '편법 정치 후원금'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허위 발언에 대한 1심 유죄 판결로 국민의힘은 397억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을 반환할 위기에 처했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0일부터 올해 7월 10일까지 서울구치소에서 가장 많은 영치금을 받은 수감자는 윤 전 대통령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 기간 총 3만 9829회에 걸쳐 17억 1470만 137원을 수령했다. 하루 평균 약 109차례, 470만 원씩 입금된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구치소 영치금 수령액 2위(1억 3135만 원)의 13배에 달하며, 올해 현직 대통령 연봉(2억 7177만 원)의 6.3배를 웃도는 규모다.
김건희 여사 역시 같은 기간(지난해 8월 12일~올해 7월 10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가장 많은 영치금을 받았다. 총 8119차례에 걸쳐 1억 7123만 878원을 수령했다. 두 사람의 영치금을 합치면 18억 8593만 원을 넘어선다.
현행 교정시설 법령상 수용자가 보관할 수 있는 영치금 잔액 한도는 400만 원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잔액이 400만 원에 도달할 때마다 본인 명의나 지정된 외부 계좌로 출금 이체하면 무제한으로 입금받을 수 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수령액의 99.46%인 17억 552만 3330원을 511차례에 걸쳐 인출해 이체했고, 김 여사도 전체의 94.5%인 1억 6180만 7075원을 외부 계좌로 옮겼다.
일반 기부금품법이나 정치자금법이 엄격한 모금 한도와 신원 공개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영치금은 송금 총액이나 횟수 제한, 공개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영치금이 법적 규제를 피하는 우회 모금 통로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거액의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할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지난 27일 1심 재판부는 제20대 대선 후보 시절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김건희 여사와 만난 적 없다"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 비용 397억 원을 전액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선고 직후 "특검이 의견서로 써놓은 부분을 거의 베낀 것이나 다름없는 판결"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해서 적극적으로 다퉈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