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국내증시가 코스피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106.07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장중 8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9000 고지마저 넘어선 것이다.

이번 상승장은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가 이끌었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6만2500원(4.61% 상승), 268만5000원(6.51% 상승)에 거래를 마감하며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장중 SK하이닉스는 266만9000원을 기록하며 이른바 '260만 닉스' 시대를 열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8748억원, SK하이닉스를 840억원 순매수하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반면 코스닥은 전일 대비 31.03포인트(3.01%) 하락한 1000.93에 마감하며 대형주 중심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올해 들어 1000포인트 단위의 상승 구간을 다섯 차례 돌파하며 1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가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20대 투자자는 "8000이 끝인 줄 알았는데 9000포인트라니 믿기지 않는다"며 "1만피도 가능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최근 수억원의 투자 수익을 얻었다"며 "올해는 해외여행 대신 투자금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승세가 지속될수록 매도 시점을 놓고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한 40대 직장인은 "9000선을 돌파한 만큼 언제든 조정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해 하반기에는 보다 신중하게 투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려던 30대 자영업자는 "주가가 계속 오르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뀐다"며 "욕심을 부리다 급락이 오면 빚 상환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 고민이 깊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포모(FOMO·소외 불안)'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상승장 속에서 수익을 얻지 못한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시장 전체가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와 유가 등 거시경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는 생존 전략 차원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시세보다는 펀더멘털이 견고한 업종과 기업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는 코스피 9000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우리 자본시장은 이제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7위 수준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어 "결제주기 단축, 24시간 거래체계 구축, 영문공시 활성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부실기업의 적시 퇴출과 불공정거래 엄단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9000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 금융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강세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