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K팝 기반의 콘텐츠가 마침내 '음악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그래미 어워즈의 높은 벽을 허물었다.
방탄소년단(BTS)이 다섯 차례 후보에 오르며 두드렸던 장벽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이 넘어서며 K팝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K팝 작곡가·프로듀서 사상 첫 그래미 트로피
현지시간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Premiere Ceremony)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주제가 ‘골든(Golden)’이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부문을 수상했다.
이 부문은 작품에 삽입된 곡을 만든 송라이터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이에 따라 ‘골든’ 작업에 참여한 테디(Teddy), 24, 이재(EJAE), 아이디오(IDO) 등 한국 및 한국계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이 그래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K팝 제작진이 그래미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프로듀서 24는 수상 소감에서 "현장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 나의 스승이자 친구, 'K팝의 개척자' 테디 형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며 벅찬 소회를 전했다.
전 세계를 홀린 '헌트릭스'의 마법
수상곡 ‘골든’은 애니메이션 속 3인조 K팝 그룹 ‘헌트릭스’가 가창한 곡으로, 극 중 악령을 막는 마법진을 완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비현실적으로 높은 고음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작년 한 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한 빌보드 '핫 100': OST로서는 이례적으로 8주 연속 1위 기록,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 10억 회 돌파,주요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석권 등 압도적 기록을 세웠다.
"지금이 K팝의 순간"… 외신들도 일제히 찬사
미국 주요 언론들도 이번 수상을 비중 있게 다루며 K팝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AP통신은 "K팝의 첫 그래미 수상 기록"이라며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이중언어적 매력을 강조했고, 뉴욕타임스(NYT)는 "K팝이 오랜 시간 넘지 못했던 장벽을 마침내 허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골든’의 가사를 인용해 "지금이 바로 K팝의 순간(It’s our moment)"이라고 전하며,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주제가상 부문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분석했다.
본상 '올해의 노래' 추가 수상 여부 주목
‘골든’은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총 5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영화 <위키드>팀에 양보했지만, 아직 최고 권위의 본상인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후보로 남아 있어 추가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팝이 단순히 퍼포먼스 위주의 장르를 넘어, 전 세계 문화 콘텐츠의 핵심이자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는 주류 장르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