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6·3 대통령 선거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04%(개표율 94.26% 기준)의 득표율로 3위에 머물렀다. 보수의 ‘새판짜기’를 내세우며 끝까지 완주했지만, 두 자릿수 득표도 넘지 못한 채 선거비 보전 요건에도 미달하면서 정치적 성과는 물론 실익도 챙기지 못한 결과가 됐다.
이 후보는 “개혁신당이 대선까지 완주한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가 소수정당 후보의 명확한 한계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결과였다는 냉정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준석 후보는 대선 내내 거대 양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2030 청년세대를 겨냥한 메시지를 강화했다. 그러나 실제 득표는 20·30대 남성에 국한됐고, 여성과 중장년층, 중도·부동층에서의 확장에는 실패했다.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지지율은 37.2%, 30대 남성은 25.8%였지만, 그 외 연령대에서는 한 자릿수 지지에 그쳤다. 유권자 층을 넓히지 못한 점은 ‘보수 재건’을 외치던 이 후보의 전략적 실패를 상징한다.
특히 선거 막판 불거진 TV토론 ‘여성 혐오 발언’ 논란은 정치적 치명타가 됐다. 이 후보는 논란 직후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사과했다. 정치인의 기본 자질과 감수성 부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는 결국 여성과 중도 유권자의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선거 내내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요구를 거부하며 독자 노선을 고수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개표 결과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순 득표율 합계는 이재명 당선인의 득표율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수 분열로 인한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이 이준석 후보에게 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준찍명(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이라는 사표 방지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쳤고, 이는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 이 후보의 단일화 거부는 전략적 자율성보다는 정권교체 실패의 원인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개혁신당 측은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 필요성을 부정했지만, 그 결과는 ‘누구도 얻지 못한 완주’로 귀결됐다.
이준석 후보는 보수 개혁의 대안으로 ‘동탄모델’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는 이 모델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유효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수도권 중심의 청년 정치 실험은 전국적 확장성에서 벽에 부딪혔고, 현실 정치의 무게 앞에 설계도는 다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동탄모델을 전략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내 후보들에게 지역 기반 확장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향후 이 후보의 리더십을 가를 기준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8%라는 득표율이 양당 체제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선거비 전액 보전 기준(15%)은 물론 절반 기준(10%)에도 미달해 재정적 손실이 크고, 거대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는 데도 실패했다.
개혁신당은 선거 기간 당원 수가 6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늘었다고 자평하지만, 실제 정치적 입지 확보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이준석 책임론’이 부각되며 보수 진영 내 고립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준석 후보는 선거 후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의 약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이 보수 내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단순한 메시지 반복을 넘어, 진정한 혁신과 정치적 내실을 보여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의 연대·통합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그 열쇠는 국민의힘 내부의 쇄신 의지와 이준석 후보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이 후보는 정치적 기획력과 메시지 장악력은 뛰어나지만, 갈등 조정과 확장 전략에서는 여전히 미숙한 면모를 보였다. 결국 그가 보수 재편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는 '말'이 아닌 '성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