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찬 기자
한일 양국 정부가 오는 3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일본 나라현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나라에서 안동으로’… 고향 방문 교차 외교 눈길
12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내달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에 전후해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 장소로는 서울 외에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상북도 안동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지난 1월 13일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방문해 호류지를 함께 참배했던 것에 대한 화답 차원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안동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자민당의 총선 압승을 축하하며 “머지않은 시일 내 셔틀 외교를 통해 총리님을 한국에서 맞이하길 기대한다”고 전했고, 다카이치 총리 역시 “중요한 이웃 나라로서 한국 방문을 기대한다”고 화답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케시마의 날’ 각료 파견 보류… 갈등 관리 모드
양국 관계의 개선 흐름은 일본 정부의 정책 결정에서도 감지된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오는 22일 시마네현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 각료(장관급) 대신 예년처럼 차관급인 정무관을 파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후보 시절 장관급 파견 검토를 언급하는 등 강한 보수 성향을 보여왔으나, 집권 후 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과 한국 측의 반발을 고려해 ‘현상 유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3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 심의가 변수… 셔틀 외교 안착 시험대
다만 구체적인 방한 시점은 일본 내 정치 일정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는 18일 소집되는 일본 국회에서 2026회계연도 예산안 심의가 3월 내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일 외교 당국은 일본 국회 상황과 미국의 방미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날짜를 확정할 방침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최근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정치적 기반을 다진 다카이치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